Swan, 2013-2014
Swan, 2013-2014
Silver dust, 2020
Silver dust, 2020
Melt, 2013
Melt, 2013
Tales, 2014
Tales, 2014
Gradation, 2013
Gradation, 2013
Artist talk 2025.9.28.
Artist talk 2025.9.28.
| 아티스트 | 제목 | 날짜 |
| 류지영 REU J Y | 고스트 인 데쟈 부 Ghost in Deja Vu | 2025/09/14-10/4 |
도시의 목격자들로부터 온 서신
너른 꿈의 좁은 입구에서 여러 번 내처졌다
이 방에서 죽어 이 방의 거름이 된 귀신들이
피사체 위로 떨어져내리는 사진가의 그림자처럼
늘 곁에 있었다
─육호수 ‘다나에’ 중
데리다에게 있어 사진은 죽음과 부재의 기술이다. 현재에 있는 존재들은 언제나 과거에 의해 구성되며 잔상을 포착하는 사진은 유령을 호출하는 행위인 것이다. 총과도 같은 셔터를 누르고 피사체 일부가 사냥당하는 순간, 우리가 믿는 시간에 균열이 온다. 우주를 시간 단위로 인식할 때, 사진은 존재를 둘러싼 무수한 시선의 겹을 박제할 수 있다. 모든 사물의 혼은 페이스트리처럼 레이어링 되어있고, 사진가는 그중 한 장의 탈출을 돕는 것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합의한 이 스트리밍의 세계를 교란하는 유령들. 현대사회의 귀신들은 그렇게 강령 되었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과거로부터 온 빛을 가두고 방생시키며 도시를 혼란하게 하는 일이다. 류지영 작가의 작업은 촬영의 원초적 욕구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일상적 장소를 부유하는 망령들을 수집한다.
작가가 포착하는 순간들은 익숙한 배경과 사물을 재료로 하지만 각각의 피사체들이 지닌 조형적 유사성을 깨닫는 순간 찾아오는 섬뜩한 알레고리가 있다. 익숙한 것이 낯설게, 낯선 것은 익숙하게 보이는 기시감(Deja vu). 뇌가 데자뷔를 느낄 때 기억과 환상을 오류하는 것처럼 관객은 류지영의 방을 돌아다니며 존재와 잔상 가운데 통로를 산책하게 된다. 세계와 사물 사이를 팽창하는 겹겹의 의도, 작가가 채집한 시선들은 마치 꿈이 투사되는 망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가 이미 살아본 적 있는 삶, 본 적 있는 시선이다. 꿈과 유령은 대체로 불확실성을 기반해 실존을 배반하는 상징이지만 류지영의 유령들은 현실이라는 꿈을 꾼다. 두 세계의 공통분모를 찾고 구분해 내며 때론 그저 헤매는 모험을 통해 작가는 관객으로 하여금 함께 유령이 되길 제안한다.
사진은 피사체를 완벽히 구현해내는 매체로 발명되었지만 예술장르가 되며 구상의 영역까지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사진 앞에 선 관객은 작가와 유령이 의도한 추상의 행위에 동참하게 된다. 개인이 지닌 사적 서사와 피사체가 품고있는 역사, 사진에 의해 잔존하게 된 시간 사이를 긴장하며 보다 적극적인 주체자로서 이미지의 본질을 그리는 것이다. 예찬과 압도의 감각을 넘어 시뮬라르크 시대의 사진예술이 줄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일까. 반복되는 과거로부터 온 유령을 주시하고 현재의 기시감을 통해 미래를 경계하는 일. 일상을 지나치는 무딘 시선들에서 날카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는 일. 류지영 작가의 개인전 <Ghost in Deja vu>에서 디지털 사진매체가 주는 예술의 가능성과 더 나아가 현시대를 함께 목격하는 고스트헌터로서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글. 조희연
작가 소개
류지영(b.1991)은 서울에서 활동 중인 시각예술가이다. 프랑스에서 조형예술과 사진예술을 전공했으며 질감과 잔상, 인식과 인지의 틈에 주목해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녀는 분위기의 질감(matière d'ambiance)만으로 빚어지는 몽환과 착각에 시선을 둔다. 그 곳에서 발생하는 눈길의 움직임과 결을 응시하고, 현실과 초현실 사이를 유영하는 이미지들에게 렌즈를 조준한다. 만져질 듯 하지만 잡히지 않는 장면, 겹쳐진 시간과 감각, 그리고 낯선 흐름으로 다시 인지되는 삶의 잔상들을 기록해둔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미술학교(Hochschule für Bildende Künste Braunschweig)에서 사진예술로 교환학기를 이수하고, 프랑스 님 국립미술학교(Ecole supérieure des Beaux-Arts de Nîmes)에서 조형예술과 사진예술로 석사 과정을 마쳤다.